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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때로는 명상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생각은 마치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와 마음을 차지하곤 합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작동하는 생각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과연 생각은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차원의 신호를 수신하는 것일까요?
1. 과학의 관점: 뇌의 신경 활동이 만들어내는 생각



현대 뇌과학은 생각이 뇌의 복잡한 신경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취합니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뉴런)와 그들 사이의 연결망(시냅스)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오감)와 내부에서 발생하는 감각, 기억들이 이 신경망을 따라 전기적, 화학적 신호로 전달되며 상호작용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 정보 처리와 연결: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 해당 정보는 뇌의 특정 영역으로 전달되어 처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 경험, 감정 등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 특정 노래를 듣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뇌가 현재의 정보를 과거의 기억과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 자율적인 신경망: 뇌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활동하는 '휴지기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활성화되며,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하는 등 자율적인 사고 활동을 주도합니다. 명상을 할 때도 생각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DMN의 작동 때문입니다.
- 뇌 기능의 진화: 과학자들은 생각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해왔다고 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사고 능력은 인간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생각은 단순히 뇌의 부산물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도구입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오만가지 생각은 뇌가 외부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하고, 저장된 기억과 연결하며,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생각은 '나'라는 주체의 고유한 뇌에서 만들어지는, 내면세계의 산물인 것입니다.
2. 철학과 명상의 관점: 생각은 외부에서 오는 신호



반면, 동양 철학과 일부 명상학파에서는 생각의 기원을 뇌 안으로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생각이 특정 공간이나 보편적인 의식 에너지에 존재하며, 우리의 뇌는 이를 수신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 보편적 의식 또는 '에테르': 이 관점에서는 '보편적 의식' 혹은 '에테르'와 같은 비물질적인 존재가 있으며, 모든 정보와 생각이 이곳에 담겨 있다고 가정합니다. 우리의 뇌는 특정한 주파수에 맞춰 이 보편적 의식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개별적인 생각으로 변환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라디오가 공중의 전파를 수신하여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 '나'와 생각의 분리: 명상 수행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나'는 생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생각은 끊임없이 떠오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생각을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생각이 '나'의 본질이 아니라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현상임을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을 통해 생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평온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창의적 영감의 근원: 종종 예술가나 과학자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놀라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철학과 명상 관점에서는 이러한 창의적인 영감이 개인의 뇌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의식으로부터 수신된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특정 조건(예: 고요한 상태, 깊은 몰입)이 충족될 때, 뇌의 안테나가 더 민감하게 작동하여 보편적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은 내 뇌가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의 거대한 정보망으로부터 수신된 다양한 신호들입니다. '나'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주체일 뿐입니다.
과학과 철학, 그 교차점에서 얻는 통찰
두 가지 관점은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생각은 우리 자신이 아니다'라는 중요한 통찰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뇌과학적 관점에서는 생각이 뇌의 물리적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복잡한 현상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작용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생각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명상적 관점에서는 생각이 외부에서 온다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생각을 통제하려 애쓰는 대신 그냥 흘려보내는 연습을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제안합니다.
결론적으로, 생각의 기원이 뇌의 내부이든 외부이든 간에, 우리가 생각을 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생각에 더 얽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출처를 규명하는 것보다, 생각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한 발 떨어져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생각은 그저 끊임없이 떠오르는 현상일 뿐이며, 우리는 그 현상을 바라보는 고요한 의식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깨달음이 복잡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